〈광화문에 들깨를 심다〉
 
  구제역 사태가 우리 마음을 무참히 할퀴고 간 뒤에 한없이 무력해진 우리. 과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먹는 행위가 바로 농업 행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면, 씹는다는 것이 남의 몸을 내 입안에서 만나는 거라면……. 그래서 내 몸이 전 우주의 연결고리임을 안다면……. 그래서 나의 먹는 습관을 바꿔야만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것이 지속 가능할까 작년(2011), 나를 포함한 공부 모임 친구들은 <밥상의 기원>이라는 제목으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다.  건물 뒤쪽에 있는 빈 땅과 뒷산에 들깨 씨앗을 뿌려놓았다.
@3월 31일 에무 갤러리 뒷마당에 땅이 있어서 나무 사이, 햇빛 들 만한 곳에 뿌리고 언덕 위, 시립미술관 뒤, 빈 땅에도 들깨 씨를 곳곳에 뿌렸다.@4월23일 들깨는 정말 아무 데서나 싹을 잘 틔운다.@ 5월11일 에무 뒷마당. 사람들이 흙 위를 콘크리트로 덮지만 않으면 그냥 놔두기만 해도 흙은 뭐든 만들어 올린다.  들깨 씨앗을 뿌린 지 69일 만에 처음 수확을 했다.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어떻게 만들어먹었는지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려달라고 했다.
   갤러리에 온 관객들이 들깨를 둘러싸고 앉아 1분 동안 들깨에 대한 명상을 했다. 위에서 나무 막대기로 들깻단을 살살 치면 들깨가 아래로 우수수 떨어진다. 들깨향이 온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나의 몸이 들깨향에 진동한다. 들깨 세례가 끝나고 뒷마당에서 다 턴 들깨 가지들을 모아 태웠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의식을 치르듯이 해냈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실제로 다 이런 수행과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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