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농사의 마지막 과정인 ‘깨털기’를 하나의 의식(儀式)으로 치러보았다. 수확한 들깨를 지상에서 1미터 정도의 높이로 띄우고 밑에 하얀 천을 깔아 깨가 밑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구제역 사태가 우리의 마음을 무참히 할퀴고 간 뒤 한없이 무력해진 우리.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먹는 행위가 농업 행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면, 씹는다는 것이 남의 몸을 내 입안에서 만나는 거라면, 그래서 내 몸이 전 우주의 연결고리임을 안다면, 그래서 나의 먹는 습관을 바꿔야만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작년, 나를 포함한 공부 모임 친구들은 〈밥상의 기원〉이라는 제목으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복합문화공간 에무 건물 뒤쪽에 있는 빈 땅과 뒷산에 들깨를 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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