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일지-고래자세 2채널, 3분 40초, 울산 태화강변 국제설치미술제;  설치물 안에 영상 설치
 늘 고래의 소리를 좀 더 다양하게 알고 싶기는 했지만, 그것을 언어로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것은 얼마 안 되었다. 고래의 소리는 대개 물소리와 같이 섞여 있어서 선명하게 듣기 힘든데 최근에 혹등고래의 소리를 물소리 없이 아주 가까이서 녹음한 것을 받아쓰기하게 되었다. 더 많이 듣고 더 정확히 받아쓰기 해보면 고래의 언어 배우기를 우선 그렇게 시작해보면 조만간에 보다 괜찮은 ‘고래 자세’를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Performance Diary-Whale Pose; 2 channels, 3 minutes 40 seconds, Ulsan Taehwa Riverside International Installation Art Festival; Video installation
 I always wanted to know more about the sounds of whales, but it wasn't long before I thought about them specifically as a language. The sound of a whale is usually mixed with the sound of water, so it is difficult to hear it clearly. I recently dictated a very close-up recording of a humpback whale without water. If you listen more and dictate more accurately, if you start learning the whale's language first, wouldn't it be possible to complete a better 'whale posture' sooner or later?


고래자세
누군가가 되려고 하는 시도는 어떤 방식이든 미끄러진다. 고래의 소리를 ‘휙뽀옥’으로 받아쓴다 해도 동일하게 소리 낼 수 없으며, 사자의 포효가 요가의 사자자세와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는 자신이 비인간 동물이 되려는 과정이 늘 실패의 연속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과정들은 되기를 위한 완벽한 모방이라기보다, 다른 세계에 속하는 존재와 관계를 맺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결연으로서의 융합에 가깝다. 그리고 작가는 무모해 보이는 이 시도조차 없다면 나아닌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그 실패들은 오히려 작가로 하여금 비인간 동물에게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동력으로 작동된다. 작가 스스로가 작업이 수행이라고 말하는 지점은 결국 이러한 실패의 반복이 쌓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비약적인 상상력을 매개로 비인간 동물과의 결연을 자처하며 알 수 없는 그들의 삶 속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밀어 넣는다
김미정(아르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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